지난 겨울 이웃마을 고양이들은 매서운 한파와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도 마다않고 나와 앉아 밥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지금 마녀네 고양이 마을은 평탄치 못한 겨울을 보내고 이제 봄을 맞고 있습니다.
그 겨울, 이웃마을에 유난히도 마녀를 따르던 아기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못난 사람들 눈을 피해 어둠을 타고 배달을 다니던 마녀는 그 아기 고양이가 정말 너무나 이뻤습니다.
어두웠기 때문에 아기 고양이 얼굴을 제대로 확인 할수도 없었고, 급식이 끝나면
누구 눈에 들킬새라 부리나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서기 일수 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녀는 심하게 재채기를 해대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걱정 스러워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됩니다.
아기 고양이는 허피스를 심하게 앓고 있었습니다.
그저 밥에 엘라이신을 섞어주는것 밖에는 해줄수 있는것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엘라이신 덕분인지 아기 고양이의 기침도 잦아들고 얼굴도 깨끗해져 갔습니다.
언제나 찾아가면 상냥하게 다가와 골골 거리며 몸을 부벼오는 아기 고양이는 계절이 바뀌면서
몸집도 제법 커지고 청소년 고양이로 자랐지만, 어떻게 생긴 얼굴인지는 알수가 없었지요.
얼마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밥배달을 나서게 되었다가,
이웃마을 1층집 데크에 앉아 빤히 마녀를 쳐다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 쳤습니다.
` 넌 누구니....'
그 고양이가 많이 아팠던 아기 고양이 였습니다.
세상에...... 너무나 이쁘게 잘 자라 주었던 겁니다.
언제나 아기 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이쁘게 잘 자라준 모습에 혼자
호들갑 한바가지를 떨고 신나서 어쩔줄 몰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즐겁기만 합니다.
아기 고양이 얼굴을 어루 만지며 `정말 네가 너니? 걔가 너란 말이야?'
이런 말들을 쏟아 냈던것 같습니다.^^;;
이렇게나 살가운 아기 고양이 에게는 지난 겨울을 같이 넘어온 형제 고양이 한마리가 있습니다.
밥주는 사람을 향해 얼른 밥 달라고 냥냥 거리기만 할뿐 결코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매서운 겨울 잘 견디고 이렇게 살아 남아준게 어디예요,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고 이쁘기만 합니다.
지난겨울 심하게 아파서 제대로 살아 줄까 하고, 한걱정 하게 하던 아기 고양이가
이렇게나 이쁘게 잘 자라 줄거라곤 사실 상상도 못했던 일 이었습니다.
살아줘서 고맙고 이쁘게 커서 고맙고, 뽀뽀 해줘서 고맙고 뽀뽀하게 해줘서 고마운
이쁘고 고마운거 투성이인 아기 고양이 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마녀는 이 이쁜, 이제는 청소년 고양이가 된 아기 고양이를 만나러 갑니다.
분명 만날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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