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레오 아빠 달을 봤을때 너무나 훌륭한 체격에
옷도 잘 입고 살도 올라 있는 모습이 마치 둥근 보름달을
연상케 해서 이름을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이라 지었더랬죠.
그런 달을 볼때 마다 달이야 너는 보름달이야....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 즐거워 했습니다.
그런데, 그땐 달이 차면 기운다는 생각을 못했던듯 싶습니다.
고등어씨에게 쫓겨 모습을 감췄다 다시 돌아온 달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간의 고생을
얼굴과 온몸에서 느낄수 있었지요. 퀭한 얼굴과 비루한 몸매....
달이가 이제는 폐허가된 레오의 예전 급식소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사실 달이의 영역이었지요.
예전엔 안그러더니 눈치만 늘어서 그 좋아하는 통조림을 열어줘도 선뜻 먹지를 못하는 달이가
맘에 짠 하게 걸리더군요.... 이 녀석 이젠 다시 차오르는 달로 만들어 줘야지! 하고 결심을....^^;;
그리고, 퇴근길 들린 이다의 급식소에는 아무도 없네요....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돌아서는데
어디선가 제 발길을 붙잡아 돌려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불러세울때는 언제고, 반가운 마음에 다가서니 멀찍이 자리를 피해 돌아 앉는 블랙잭 입니다.
첫 만남부터 스스럼 없이 다가와 당당하게 밥을 요구하던 블랙잭은 애초에 길고양이는 아니 었다고
생각이 드는 녀석입니다. 길생활 3년간 많은 것들이 블랙잭의 성격을 바꿔 놓았겠지요....
반질반질 윤기 흐르던 털은 거칠어져 있었고, 친화력 좋던 녀석은 눈치 꾸러기로 바껴 있었습니다.
게다가 얼마전 무슨일이 있었는지 왼쪽 이마에 피를 흘리고 다리를 절며 제게 아는체를 하기도....
안쓰러운 마음에 좋아하는 통조림을 열어주자 서슴없이 다가와 정신없이 먹는 블랙잭을 한참이나
앉아서 바라 봤습니다. 이마의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상처 부위가 꽤 컸었는지 털 빠진 부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사람을 싫어하지도 거리를 두지도 않던 녀석의 길생활 3년은 어떤 것이었을지
물어 무었 하겠는지요.....
지난번 모모냥님께서 보내주신 영양제를 당분간 이녀석 급식소에 사료와 섞어서 놓아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털었습니다. 두주먹을 불끈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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