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고양이들
여름이 지나면서 마녀네 고양이 마을은 구역이 넓어 졌습니다.
마를데로 말라 비척 거리며 걷는 아기 고양이를 이웃마을 입구에서 만난 이후
혹여 다시 만날까 싶어 무섭긴 하지만 출근길 행보를 바꿨 더랬죠.
그렇지만 맘쓰게 하던 아기 고양이는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바뀐 출근길엔 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 길가엔 쓰레기 봉투가 있고요.
어느날 새벽 출근길에 쓰레기 봉투 옆에서 얼쩡 거리는 고양이 한마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쓰레기 봉투는 마녀가 하루치 고양이 캔을 버리는 곳 이기도 합니다.
재활용 쓰레기 배출시 버려도 좋겠지만 혹여 고양이 밥주냐고 뭐라 할까 무서워 일부러 이곳에 버립니다.
쓰레기 봉투 옆에서 얼쩡 거리던 고양이는 아마도 마녀의 모습을 새벽마다 봤을꺼라 생각 합니다.
도망가긴 했지만 멀리 달아나지 않았다는것을 알수 있었으니까요.
뭐라도 먹이고 싶은 맘에 울타리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그곳엔 카오스 고양이 한마리와
노란 고양이 두마리가 숨어서 마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지방경찰청 소유의 뭔지 모르는 기물뒤에 밥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서당마을의 탄생인거죠.^^
그날 이후 고양이들은 울타리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마녀를 불러 세우기 시작 했습니다.
마녀를 기다리며 부르는 녀석들 때문에 쉬는날도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불상사가...^^;;
얼마전 퇴근길에 서당마을 앞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마녀를 불러 세우기 시작 했습니다.
듣는순간 바로 동이구나! 동이가 여기 있구나!
이웃마을 밥시간이 바뀐 이후로 몇번 만나지도 못한 동이를 서당마을에서 만난겁니다.
대낮 인지라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내고 얼른 울타리 안으로 숨어들어 먹거리를 챙겨 주었습니다.
동이녀석 이웃마을에서 밀려나 버렸나 보다 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그 며칠후 밥배달 시간에 멀쩡히 이웃마을 고양이들과 함께 밥 달라고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바람나서 돌아다니고 있었지 싶네요.
어두운 새벽 서당마을 출근길은 사실 많이 무섭습니다.
그래도 이길을 향하는 이유는 길가에 나앉아 하염없이 마녀를 기다리는 고양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네곳의 급식소를 돌아 출근하는데 어제 많은 눈이 내려서 인지 오늘은
고양이들을 한마리도 만나질 못했습니다.
마녀네 고양이 마을중 서당마을 급식소 환경이 가장 열악해서 눈비 피할곳도 사람눈 피할곳도
마땅치가 못한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새벽에 찾아가니 물그릇은 눈에 덮여 보이지도 않고
사료그릇은 쌓인눈 파 내어가며 먹고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물그릇을 파내고 사료그릇에 담긴 눈을 털어내어 사료와 물을 부어준후 다음 급식소로 향합니다.
사진이 저질 입니다.ㅡㅡ"
길에사는 생명들 모두 올겨울 무사히 넘어 오기를 바라게 되는 그런날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