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기전 이야기/길고양이 이야기

고양이에게 귀소본능이 있는가

*얼음마녀* 2011. 9. 25. 14:30

레오가 아가때부터 지내던 급식소에서 써니에게 쫓겨난게

 

두달쯤 전이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레오 모자를 쫓아낸 써니 조차도

 

레오의 급식소 이용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전 레오를 예전 급식소 앞에서 만났습니다.

 

잘됐다 싶었습니다.  사료와 물을 다시 예전 급식소에 놓아두면

 

레오가 이쪽으로 와 주지 않을까 생각 했지요.

 

그런데 아무리 사료와 간식을 흔들어도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레오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왜 오지 않을까.... 의아해 하며 급식소 안을 들여다 본 순간 박스안에 삼색냥 한마리가 다소곳이

 

누워 있더군요.  딩동댕동 마을의 유일한 삼색 고양이는 레오 엄마 뮤 밖에는 없습니다.

 

뮤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박스를 흔들어도 꼼짝도 않하더군요.  오전에 뮤를 만나지 못했다면

 

엄청 놀랬겠지만, 박스 안에서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고양이는 뮤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2월 어느날 느닷없이 사라져 버린 뮤의 딸 뮤즈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올때는 살아서 왔겠지만, 지금 뮤즈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그렇게 궁금하고 보고 싶던 뮤즈가

 

아무도 모르게 돌아와 아가 시절을 보내던 그곳 그자리에 들어가 생을 마쳤지 싶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던게 아니었는데.... 잘 살고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었는데....

 

 

 

 

뮤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는 했지만 도저히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뮤즈를 묻어준 이곳은

 

해가 떠서 질때까지 하루종일 햋빛이 내리쬐는 양지 바른 곳입니다.

 

부디 뮤즈가 다음 생엔 배 곯지 않고 아무 걱정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태어나기를 바랬습니다.

 

너무 이뻐서 아가 시절 첫눈에 반해 버렸던 뮤즈.... 뮤 보다도 더 매력적 이었던 뮤즈였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 내려다 보던 이 모습이 제가 목격한 뮤즈의 생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뮤즈와 테리가 돌아와서 레오와 사이좋게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었지만, 이젠

 

요원한 꿈이 되어 버렸습니다.  뮤즈가 어쩌다 다시 돌아와 별로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잠자듯이

 

평화롭게 잠들어 있던 뮤즈의 모습이 그나마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는 하네요.

 

그나저나 고양이 에게도 귀소본능 이라는게 존재하는 걸까요?

 

어쨌든 어린시절을 보낸 이곳에 다시 돌아와 잠든 뮤즈가 기특하기도 하고 맘 아리게 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