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이야기

밥 배달을 거를수 없는 이유

*얼음마녀* 2012. 3. 24. 07:28
가물었던 대지를 촉촉히...... 아니 왕창 적시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마 지금보다 날이 한층 따뜻해 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밥셔틀 급식 다니기 불편한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중 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게 하는건 역시 사료가 물에 젖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점 입니다.

불어버린 사료는 묘 선생들이 먹으려 하지 않아서 아깝다고 급식을 거르면 비 맞으며 찾아온 급식소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고양이들 생각에 맘이 편치 않습니다.


이다네 급식소에 도착해 집에서 준비해 온 비닐로 비가림 막을 해주곤 흐뭇한 맘에 일어나 보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철수가 다가와 있었습니다.


비가 와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곤 건사료만 부어주고 돌아오려 했는데 젖은몸을 하고 앉은

녀석을 보니 그대로 돌아서면 많이 서운 하겠다 싶어 가지고 간 캔 하나를 따서 올려 주었습니다.


평소라면 얼른 다가가서 먹기 바빴을텐데 아무래도 전에 없던 비가림 막이 신경 쓰이는 눈치 입니다.

마녀가 멀찍히 돌아서 가는데도 내려가 먹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맞고 앉은 녀석을 보니 왠지 조바심도 나고.... 길을 돌아서 모습을 감췄다 살짝 들여다 봤습니다.

비가림 막 안으로 들어가 먹이를 먹는 철수의 모습에 괜시리 미소가 번집니다.^^


이다네 급식소는 사람 왕래도 없고 길이 아닌곳에 위치해 있어 저런 급식소를 만들어 줄수 있지만

화단마을은 비가 오면 정말 난감 그 자체 입니다.  사료를 부어 주자니 그대로 퉁퉁 불어 버릴테고,

비 온다고 급식 중단을 하자니 배고픈 고양이들 모습이 눈에 밟히고....ㅡㅡ"

결국 집에서 봉지 사료 10개를 만들어 가져 갔는데 비가 오니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청소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밥을 비벼다 주신 모양인데 빗물에 씻겨 내려가 흙위에 밥이 쏟아져 있습니다.

나무판 위에 캔 하나를 따서 올려 놓았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고 비도 오는데 뭐하라 캔을 꺼냈냐구요?


희빈이 비를 맞으며 나무 속에서 밥주는 사람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질척 거리며 돌아 다니는게 싫습니다.

옷이 젖는것도 운동화가 젖는것도 싫습니다.

그럼에도 밥 배달을 거를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비 맞으며 밥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앉은 고양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고 앉은 고양이의 안타까운 심정이 어떤것인지 입장 바꿔 생각하면 충분히 알수 있기에....

그래서, 오늘도 마녀는 밥 배달을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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