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쿠키 이야기
지난 3월 초에 이웃마을 로라를 쫓아 다니는 분홍코와 로라를 만났습니다.
작년 봄에 태어난 로라의 첫 발정 이었습니다.
장가가고 싶은 분홍코와 달리 로라는 분홍코를 피해 도망 다니기 바빴습니다.
로라도 곧 아기 엄마가 되겠구나 라고 생각 했지만,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로라의 배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내심 잘 됐다고 안도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지난 6월 21일 이웃마을에서 만난 부부는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기가 있다고, 얼마나 이쁜지 모른다고....
엥? 배도 안불렀는데 아기를 났다고라?
아무도 모르게 로라는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아서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갓 한달이 넘은듯한 주먹만한 아기 고양이들의 통통 뛰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 귀엽고 이뻐서 요정들 같아 보였습니다.
그 일주일후 6월 28일에 다시 아기 고양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도망가 숨어 앉은 아기 고양이
모습에 보는 눈을 의심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뭘 잘못 본줄 알았습니다.
재차 삼차 확인해 보아도 아기의 눈은 심하게 짓물러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짓무른 눈 밑으로 낙엽이 들러붙어 있을 정도 였습니다.
다음날 부터 이웃마을 고양이들 밥에는 엘라이신을 집중 투여하여 급식하며 부부께도 따로 엘라이신과
치료약을 드려 아기 고양이에게 주시기를 부탁 드렸습니다.
그로부터 며칠후 아기 눈이 떠졌다고 얼마나 똘똘한지 모르겠다며 엄청 좋아 하시더군요.
그 말끝에 눈이 튀어 나왔지만 아기가 아주 건강해 졌다고.....
잉? 이건 또 무슨 말씀이여?
눈이 튀어 나왔는데 애가 똘똘하고 건강 하다고라?
아기의 모습을 볼수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7월 7일 드디어 아기 고양이 쿠키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통조림 으로 유인해 낸 아기 고양이 쿠키의 모습을 보는순간 말문이 막히고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이 어린게 무슨죄가 있어서....
길에서 태어 났으면 건강한 몸 받고 태어나 아프지나 말고 살것이지 어쩌자고 .....
더 이상 이대로 방치 한다는건 그냥 그대로 죽으라는것과 같아서 구조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못 봤으면 몰라서 그냥 넘어 간다지만, 봐 버리고는 모른척 할수 없었습니다.
구조 하기로 맘 먹고 사진을 들고 이병원 저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들리는 소리는 모두다
안구적출 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아기가 너무 어려서 마취를 견딜수 없다, 마취하는 순간
아기 고양이는 별이 될것이다 라고, 해줄것이 없기에 안락사를 권유 하더군요.
이래선 구조 하는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생각다 못해 서울 용산에 있는 동물병원 으로 자원봉사 다니시는 지인께 사진을 보내 드리고
도와 주십사 부탁을 드리니 데리고 오라 하십니다.
안구적출은 피할수 없겠지만 잘 케어해서 아기가 마취를 견딜수 있을만큼 자라면 그때 시술해도
괜챦을 것이다 라고.....
다음날인 7월 8일 오후 부부께서 아드님과 함께 구조후 용산으로 이동 하셨습니다.
쿠키는 불행 하게도 범백과 복막염 키트 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면 구조 당시보다 눈 튀어 나옴이 많이 좋아진걸 느끼실 겁니다.
쿠키는 병원에서 밥 잘먹고 치료 받으며 빵빵한 배를 자랑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입원당시 500g 이었던 몸무게는 보름남짓 만에 850g으로 불어 있었습니다.
관리를 정말 잘해주신 덕분에 모두가 안구적출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지만,
안락사를 면하고 안구적출도 피할수 있어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자랄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이쁘게 자란 쿠키는 병원생활을 하며 지인의 앞치마 주머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비록 키트 검사에서 매우 안좋은 판정을 받았지만 너무나 잘 먹는 쿠키를 보면서
원장님도, 지인도 이대로 라면 발병없이 잘 살수 있겠다고 쿠키를 믿어보자 하셨답니다.
쿠키는 물 맑고 공기좋은 강원도 양구로 8월 중 입양 가기로 결정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좋아 했는지 모릅니다.
허나 그도 잠시 다음날인 7월 25일에 쿠키는 별이 되었습니다.
별로 떠난 그날도 잘먹고 잘놀고 잘싸던 쿠키는 급성범백 발현으로 인해 불과 10분만에
혈변과 토혈후 별이 되었다 합니다.
구조하기 위에 손안에 잡혔던날, 저 살려 주려고 잡은손 이란걸 모른채 발버둥 치고 도망갔던 감촉이
아직도 이렇게 손안에 남아 있는데 말입니다.....
도움주신 뚱자엄마님과 병원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기 고양이 쿠키 이야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