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이의 크리스마스
은동이를 처음 만난 시기는 2년전 겨울 무렵 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주차장 마을에서 새벽 급식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안타깝게 우는 낯선 고양이 목소리를 듣게 되었지요.
먹고는 싶은데,
가까이 다가 오자니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목소리 였습니다.
다가오지 못하고 있으니 찾아가야죠.
애초에 길에서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아기때 부터 밥을 먹여 왔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도 많고,
이미 다 자라서 성묘가 된 길고양이는 제 경험에 의하면 절대로 먼저 다가오지 않습니다.
처음 만났을때 이미 성묘였던 은동이는 달랐습니다.
밥주는 사람만 보면 멀리서도 큰소리로 은동이 여기있다고 떠들어대기 다반사에
기다리지 못하고 멀리까지도 마중을 나오곤 했습니다.
서당마을 급식을 마치고 주차장 마을에 가려면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저 멀리 눈만 내놓은 뾰족한 삼각형 두개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사진이 없는관계로 미천한 그림을 보여 드립니다.ㅠㅠ
아이고, 저 녀석 또 나와있네....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 뾰족한 삼각형 두개가 벌떡 일어서 반갑다고 미친듯이 달려오면
정말 몸둘바를 모를 지경 이었습니다.
공원에 운동나온 사람도 많은데 어찌나 떠들며 다가오는지.ㅠㅠ
그런 심정을 알리없는 은동이는 밥주는 사람 왔다고 마냥 신나서 연신 비벼대고.ㅡㅡ"
은동이로 인해 난감하기도 했지만, 은동이는 마녀의 귀염둥이 였습니다.
그렇게 귀여운 은동이는 길에서 두번의 겨울을 보내게 되었고
은동이를 만나면 반갑던 마음은 안타까운 맘으로 변해갔습니다.
이제 은동이는 세번째 겨울을 길에서 보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은동이에게 정말 큰일이 생겼습니다, 겨울이 시작 되면서(11월 4일)
구조가 된것입니다.
알고 봤더니 은동이 이녀석,
새벽엔 저한테 와서 밥 달라고 애교 부리고, 저녁엔 다른 캣맘님 찾아가서 애교 부리는 삶을 살고 있었던거죠.ㅡㅡ"
은동이는 지금 가희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가희는 살도 포동하니 오르고 뽀얘지고 정말 많이 이뻐졌습니다.
이쁜 여자 친구도 생기고 은동이는 참 좋을까요.
사실 은동이에겐 항상 함께 같이 다니는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은동이 구조하면서 머루도 같이 구조할 계획 이셨지만
통덫에 대한 트라우마 인지 머루 구조는 애를 먹고있는 상황입니다.
(TNR 당할때 통덫에 들어가 공포스러워 하던 모습을 저는 우연히 봤습니다.)
거기에 더해 날이 추워지니 만나지 못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출근길에 우연히 차 밑에서 마녀를 쳐다보고 있는 머루를 만났습니다.
서둘러 캔 하나 따주고 출근했는데
항상 은동이랑 둘이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다 혼자 저러고 앉은 모습에 맘이 영 좋지 않습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마녀는 내일 당직 근무를 합니다.
저녁 6시에 일이 끝나면 마녀 바라기 금동이를 구조할 계획입니다.
금동이는 마녀가 있어야 해요.
그때 머루도 만나서 구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머루가 구조 된다면 은동이에게도 머루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은동이는 머루 때문인지 구조후 꽤나 우울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거든요.ㅠㅠ
은동이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래봅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