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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이야기

그래도 다행이야

 

 

 

 

 

2015년 9월 10일 목요일

 

 

 

 

 

새벽 03시 50분

 

 

기상시간이다.

 

 

5년 넘는 시간동안 이 시간에 일어나고 있지만

 

 

날마다 눈꺼풀을 왜 이렇게도 열기가 싫은지.

 

 

카이야

 

 

잘 잤어?

 

 

뽀뽀 쪽~

  

 

 

비몽사몽간에

 

 

씻고 나오는데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 어젯밤에 방송 나왔어,

 

 

밥주지 마래."

 

 

순간.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이젠 덤덤하기 까지 하다.

 

 

더 이상 딩동댕동 마을에서 급식소를 만드는 일은

 

 

불가한 일 이다.

 

 

급식소를 어디로 옮겨야 한단 말인가.

 

 

지하 주차장 내 차 아래에 이대로 밥을 줄 수는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다고  밥 먹겠다고 찾아 들어온 아이들을

 

 

굶길수도 없지 않은가.

 

 

 

 

생각하고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 밖에없음이다.

 

 

지난봄에 태어나 독립당한

 

 

겨울이를 쏙 빼닮은 아기 고양이 남매를

 

 

주로 목격했던 화단속과

 

 

겨울이가 출근길 나를 기다리는

 

 

놀이터 옆 정자근처 화단 깊은곳에

 

 

봉지사료를 만들어 던져주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도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어 있어 해가 일직 떨어져 주고있고

 

 

그 덕분에 어둠도 일찍 내리고 있는지라 주변 시선을 피해

 

 

사료를 몰래 넣어주고 있는데

 

 

잘 먹어줄꺼야

 

 

라는 바램이 통했는지

 

 

아기 고양이들도 겨울이도 봉지사료를 물고가 먹고 있는걸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아기 고양이 한마리는 습관처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내가 찾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리고,

 

 

깜순이도.....

 

 

두 녀석이 이젠 이곳이 급식소가 아니란걸 알려줘야 하기에,

 

 

아침 일찍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빼고

 

 

저녁 시간에 다시 주차를 하는데

 

 

이젠

 

 

아예 그 시간에 찾아와 나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런애들을 외면하기란

 

 

정말 힘들다.

 

 

사료 한줌과 캔 하나씩을 비벼

 

 

차 바퀴아래 따로 놓아주며

 

 

한톨도 남기지 말고 다 먹고 가야한다.

 

 

그래야 하는거야...

 

 

 

 

다행히도

 

 

다음날 아침이면 차 아래에서

 

 

발견 되는건 밥을 놓아주었던 비닐봉지 두장이다.

 

 

얼른 주워들고 차에 올라타

 

 

하릴없이 주절거린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남기지 않고 다 먹고 가서.

 

 

오늘도

 

 

나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