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음마녀 입니다.
한달에 서너번 정도 새벽에 엄마 모시고 카이군이랑 청량리에 있는 꽤 유명한 재래시장 으로
새벽장을 보러 갑니다.
부지런히 다녀오면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기에 출근길 밥 배달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문제가 생겼지요.
마침 휴무일에 시장을 가게 되었고, 고양이 밥 시간 맞춰야 하니 일찍 다녀 오시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네시면 집에 도착했는데 그보다 두시간 늦은 여섯시에 집에 돌아 와
부랴부랴 밥가방 두개 챙겨들고 나서니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원성이 하늘을 찌릅니다.^^;;
우리 동이가 누나 만나러 왔다가 실망해서 돌아갔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제일 컸었는데
다행이 동이는 돌아가지 않고 누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급식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만나지 못하는 고양이들도 있었습니다.
마녀는 서당 마을에서 만나는 요미와 순남이는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서당 마을은 길가와 인접한 곳에 있는지라
날이 밝으면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 곳이어서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오거나 말거나 길가에 나 앉아 두리번 거리며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쳐다보고 있더군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가까이 다가오는 마녀를 알아본 순간 난리가 났습니다.
(사진도 난리가 났습니다.ㅡㅡ')
누가 볼 새라 잽싸게 숨어들어 밥을 차립니다.
역시나 해줄 말은 미안해 밖에.ㅠㅠ
화단 마을에선 누구도 만나질 못했지만 만나지 못해 다행입니다.
화단마을은 정말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곳 인지라 날도 밝은데 아는 고양이를 만났더라면
아주 난감한 상황에 빠졌을 겁니다.
뛰어 다니다시피 급식소를 돌고 새벽에 들리는 마지막 급식소 아리네 집에 도착합니다.
역시나 할 말은 늦어서 미안해.ㅡㅡ"
날이 밝으면 아리네집은 근처에 얼쩡 거리는것 조차 해 본적이 없는곳 입니다.
누가 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맘에 부지런히 사료를 부어주고
근처에 앉은 아리와 장하다군에게 캔을 까주고 나왔습니다.
(잘났다군은 집안에서)
돌아서 가다 왠지 또 미안한 맘에 창살 밖에서 캔하나를 더 까주었지 뭐예요.ㅡㅡ"
밥시간이 늦어져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밥 배달을 거를 수가 없습니다.
녀석들과 계약서 쓰고 도장 꽝 찍고 약속을 한건 아니지만,
아는 사람에게 보내는 신뢰와 기대를 깨뜨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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