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시간, 저 멀리에 마녀를 기다리고 있는 해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고양이의 정원에 머무는 고양이들 대부분이 밥시간 정원에 나와 마녀를 기다리고 있지만,
해리는 거의 매일이다 시피 정원의 입구에서 마녀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렇듯 마녀를 기다리고 친근함을 나타내던 해리는 다른 사람은 굉장히 무서워 하는것 같았습니다.
눈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었습니다.
밥배달 온 마녀를 보고 언제나와 같이 아는척을 하고 다가 옵니다.
반가와 다가오지만 주변에 사람의 모습이 보이면 정신없이 도망치는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듭니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8월이 시작 되면서 이웃마을 밥배달 하기가 아주 어려워 졌습니다.
시끄럽기 싫은 마음에 밥시간을 저녁으로 옮기고 누구 눈에 보일까 밥배달이 끝나면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인지라 해리와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어쩔수 없다 생각 했습니다.
마녀에겐 1순위인 동이조차 밥시간이 바뀐후 지금까지 서너번 밖엔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다 지난 10월에 머릿속이 멍해지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해리가 지난 7월말 즈음에 떠났다는 소식 이었습니다.
소식을 전해받는 순간 가슴속에 허허로운 바람 한줄기가 쎄에 하고 지나갑니다.
대체, 왜 갑자기......
아팠었다 합니다.
밥시간이 바뀌고 만나지 못하는 사이에 아파서 맛있는걸 줘도 본체만체 먹질 않았다 합니다.
원망이 생겨 납니다.
전화 한통, 문자 한번만 보내 줬다면 그렇게 해리를 허무하게 잃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속상함이 밀려옵니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배달온 밥 잘먹고 있으려니 했던 마음이 얼마나 미련한 것이었는지...
지난 여름에 해리의 출산이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캄캄한 저녁에 밥배달을 가면 전에 보이지 않던 자그만한 아기 고양이들이
통통 거리고 달아나며 주위로 몰려오는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누군지 알수는 없었지요.
그 녀석들이 해리가 낳은 아기 고양이들 이었습니다.
해리는 떠나기전 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인 또다른 1층집에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다 놓고 떠났다 합니다.
그 소식을 듣자 먹먹함이 밀려 듭니다.
자기는 떠나도 아기 고양이들의 안위를 걱정한 엄마 고양이 해리의 모정에 가슴이 저립니다.
불빛 두개의 주인공이 해리의 아기 고양이 입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엄마 해리가 그랬듯 배달오는 밥 기다리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남의 손을 타는 바람에 해리의 사진을 잃어 버린것이 말할수 없이 안타깝습니다.
이웃마을에 밥배달 갈때마다 혹시 해리가 나타나 주지는 않을까 하는 헛된꿈을 꾸고 있습니다.
나타날리가 없지요.
힘들고 고단한 길생활을 곱게 마치지 못하고 병들어 아픈몸 으로 떠난 해리.
그곳에선 이제 아프지 않은거지?
편안하렴....
'길고양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딩동댕동 고양이 마을 소식 (6) | 2012.12.10 |
---|---|
가는 발걸음을 불러 세우는 고양이들 (4) | 2012.12.06 |
사이좋은 고양이 모녀 (6) | 2012.12.04 |
해리, 남들보다 맛있는 밥 얻는법을 터득하다. (6) | 2012.11.28 |
길고양이 마음을 열다. (7) | 2012.11.26 |